지식활용(exploitation)과 방법탐색(exploration)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이다. 한국산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자동차 차종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미국에서 활동하던 기간(1999년 ~ 2002년)에 관찰해 보면 미국인들은 그 당시 일반 승용차보다 SUV차량을 선호하였다. 아마도 땅도 크고, 도로도 넓고, 각 쇼핑몰에 주차장도 크다 보니까 작은 승용차 보다는 큰 SUV를 선택하는 듯 하였다. SUV차량 중에서도 필자의 눈에 띈 차량이 포드자동차사의 “익스플로로(explorer)"라는 차종 이였다. 차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explorer"라는 차량의 이름이 와 닿았다.

익스플로러(explorer)는 우리말로 ‘탐사자’ 혹은 ‘탐험가’라는 의미이다. 동양인과 서양인들 중 일반적으로 탐사나 탐험을 더 좋아하는 쪽은 어디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인과 미국인 중 일반적으로 탐험을 좋아하는 쪽은 한국인일까? 미국인일까? 필자가 미국생활을 해본 경험으로 보자면 개별적으로는 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보자면 미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탐사나 탐험을 더 좋아한다고 보인다. 일례로 필자가 살던 미국 아리조나주에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이라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계곡이 있는데, 이곳에서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목숨걸고 밧줄타고 오르는 이들은 대부분 백인들이고, 동양계 특히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아직까지도 전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는데 미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이스트(KAIST)의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인 정재승(197년~)이 쓴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2018)’라는 책을 보면 지식활용(exploitation)과 방법탐색(exploration)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지식활용(exploitation)은 어제 얻은 지식, 사고방식, 생각, 고정관념, 습관을 오늘의 문제에도, 내일의 문제에도 계속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이다. 반면에 내가 지금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이 뭔지를 살퍼본 다음에, 그중에서 제일 좋은 결과를 내겠다 싶은 것을 찾아서 선택하는 방법을 방법탐색(exploration) 전략이라고 한다. 즉 과거에 시도해 보지 않았던 방법을 탐색해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지식활용(exploitation) 전략을 구사한다. 즉 과거에 습득된 지식, 사고방식, 고정관념, 습관으로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정적이기 때문에 ‘혁신’은 어렵다. 우리가 국가의 리더를 선출하는 것과 같은 일도 지식활용 전략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사고와 습관대로 하는 것이 자신의 뇌가 편하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방법탐색(exploration) 전략은 새로운 지식,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행동을 추구해보는 것이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것이다. 힘도 들고 실패가능성도 높지만 성공한다면 ‘혁신’과 ‘보상’이 따른다. 미국은 엘리트들에게 방법탐색(exploration) 전략을 권하고, 그 전략에 뒤따르는 혁신을 존중하고 보상을 크게 하는 사회구조이다. 이것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패권국가로 군림하는 힘의 원천일 것이다.

포드 자동차사는 자사의 차량에 탐험가를 뜻하는 ‘익스플로러(explorer)’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차를 타고 기존에 놓여 있는 포장도로만 다니지 말고, 들판도 달려보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도 다녀보라는 것이다. 위험도 있지만 그 위험만큼 보상도 클 것이라고 어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는 ‘탐색’과 ‘탐험’을 크게 권장하지 않는다. 실패하면 큰일이니 안전하게 살아가라는 분위기 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혁신없이 국가경쟁력이 어떻게 생기겠는가? 국가의 리더를 선출하는 데 있어서도 과거의 사고방식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새로운 시각으로 각 후보들을 ‘탐색’하고, ‘탐험“하여 선택한다면 국가의 혁신과 경쟁력이라는 보상이 뒤따를 수 도 있을 것이다.